나의 이야기

제주도 일주 마라톤

울산 여의주 2010. 9. 29. 18:28

제주도 200km 울트라 마라톤을 다녀와서

 

3 11일 업무를 일찍 마치고 울산 공항으로 가니 지역 울트라 회원들 하나 둘 나타난다.

비행기로 도착한 제주도는 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같이 간 일행의 지인이 마중 나와있어서 소형 승용차로 집결지인 팔레스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 되고 있다.

본부석에서 대회 참가 서약서를 작성하고 물품을 받으니 진짜로 내가 200Km를 달려야 하는가 보다 하고 실감이 난다. 이미 100km 울트라는 3번 정도 완주한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몇 시간 후면 대장정의 첫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된다.

호텔방에 간단히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으며 숙면을 위해 반주로 각자 소주 한 병씩 비웠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100km지점에서 갈아입을 옷, 신발, 간식 등을 먼저 챙기고, 출발 시 메고 갈 배낭을 다시 한번 점검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 반에 기상하니 호텔 방안에 있는데도 바깥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옥현호수 캥거리 이상섭님. 현대자동차 이만식님을 깨우고 같이 호텔 뷔페로 아침을 먹는다. 새벽이라 그런지 밥이나 빵이 넘어가지 않지만 먼 여정을 생각해서 억지로 음식을 먹었다.

체크아웃 하여 본부석에 100km지점 배낭과 짐을 맡기고 밖에 나가보니 예상보다 바람이 거세고 날씨도 훨씬 추워 비상용으로 파시코비닐을 겉옷으로 걸친다.

 

0km–50km

(제주시-외도동-하기리-한림-판포리-용수리)

출발을 앞두고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 간간히 눈발까지 날린다.

스타트 라인에 서니 탑동공원 방파제 너머로 파도가 넘쳐 바닷물이 주로까지 침범한다.

기상악화로 당초 한라산 일주 148km완주는 취소하고 200km 단일 종목만 시행한다는 주최측 발표가 나오자 이 날씨에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새벽 정각 4

출발신호와 함께 150여명의 선수들이 거센 바람을 가르며 뛰쳐나간다.

나는 1 30시간에 2 32시간 내로 정하고 km 8~9분대로 달리기로 하고 천천히 뛰어보지만 날씨가 추워 그런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주자들이 초반에 빠른 스피드로 달린다.

초반 오바페이스는 후반에 반드시 어마어마한 고통을 수반하는데 하면서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10km지점통과 시간을 보니 km 7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

울트라 마라톤은 초장거리 페이스이기 때문에 혼자 달리기 보다 스피드가 맞는 주자들과 같이 달리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제 동침한 동갑내기 옥현호수 캥거리 이상섭님이랑 나란히 서로의 용기를 북돋우며 같이 달린다.

렌턴을 켜고 달라지만 강한 바람에 의한 거센 파도는 어두운 밤이지만 하얗게 뒤집히는 광경을 보인다. 눈을 동반한 맞바람은 주자들을 힘들게 하지만 가끔 바람을 등지고 달리면 괜히 기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30km지점을 통과하니 시야가 밝아지며 멋있는 해안경치가 나타나지만 강한 눈보라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고 달릴 수가 없다. 빨리 낮이 되어 아름다운 해안 경치를 보며 달리고 싶다. 10km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따뜻한 물과 영양간식을 먹으니 막상 개인이 준비한 비상식은 줄지가 않아 배낭무게는 그대로다. 39km지점 편의점에서 동반주자와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40km지점에서 카스테라로 배를 채우니 든든하다. 45km지점을 통과할 즈음 울산 마라톤클럽 수석 부회장의 격려전화가 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계속 휴대폰을 받으면 번거로울 것 같아 전원을 꺼버린다.(그 바람에 동반주자인 이상섭님 폰으로 연락하는 바람에 고생깨나 하셨을 것 같다.)

50km 체크포인트를 앞두고 고맙게도 바람이 계속 뒤에서 불어준다. 체크포인트 도착 시간이 10 8분 라면 먹은 시간을 빼면 계속 7분 페이스로 달렸다는 결론인데 아직까지는 몸 상태가 양호하다.(6시간 8분 소요)

 

50km-100km

(용수리-영락리-송악산-감산리-월평동-서귀포)

체크포인트에서 간단히 초코파이로 배를 채우고 출발하려니 MBC기자들이 막 도착한 울트라 부부(전병철,이혜경)와 같이 주로상에 달리는 모습을 취재하겠다고 협조해달란다.

체크포인트를 지나자마자 차귀도로 우회전하니 맞바람이 장난이 아니지만 그 놈의 카메라 때문에 폼을 내며 달리자니 엄청 힘이 든다. 카메라 기자는 눈치도 없이 1km를 계속 촬영한다.

미치고 환장하겠네. 대부분의 주자들이 아침을 차귀도 근처 식당에서 하지만 동반자와 나는 70km부근에서 먹기로 하고 계속 달린다. 이제 주자들간의 거리도 많이 생겨 동반주자 외에는 앞뒤 주자들 모습을 보기 어렵다. 차귀도 앞에서 U턴하니 다시 바람은 뒷바람이 되어 조금 전 고생을 보답하는 것 같다. 발걸음도 가볍게 달리니 금방 60km급수대에 도착한다. 이제 속도는 km 8분 페이스로 떨어진 것 같다. 애당초 70km지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지만 배가 고파 65km지점 모슬포 중국음식점에서 난 짬뽕보통, 동반자는 곱빼기로 먹고 발바닥에 바세린 보충하고 출발하니 배가 부르지만 발걸음은 가벼워 70km급수대를 그냥 지나친다. 해안도로 따라 달려서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차량이 별로 다니질 않는다. 송악산을 돌아 산방산을 향해 달리니 저 앞에 경주 신라 마라톤 소속 민화식님이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다. 제주도하면 유채꽃인데 날씨가 추워 그런지 도로변 유체꽃은 피지 않았지만 산방산 밑 양지바른 1곳에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잠시 들어가 향기라도 맡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허름한 나무간판에 시커먼 매직글씨로 입장료 1,000원이라고 씌여져 있고 모퉁이 구석진 곳에 노인 한 분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 그냥 통과했다. 오르막을 걸어서 오르고 나서 용머리 너머 바다 쪽을 보니 제주도 어선을 다 갖다 놓은 것처럼 바다가 온통 어선으로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보였건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어지럽게 제멋대로 정박해있다. 앞서 달리던 민화식님을 따라잡아 80km까지 같이 달리는데 집이 부근이니 부탁할 것이 있으면 하라 하신다. 지금까지 계속 달리면서 단전부위 통증이 있었으나 참고 달렸으니 비상용으로 아스피린을 주문했다. 급수대에서 영양갱과 뜨신 물로 요기하고 민화석님은 집에 들러 뒤에 오신다고 해서 우리끼리 달려나간다. 화순리를 지나니 여기서부터 서귀포시입니다는 도로 표시판이 나온다. 바람과 파도는 희한하게도 송악산을 지나면서부터 잠잠하지만 진눈깨비는 계속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그 동안 단 것만 먹어서 그런지 입에 단내가 나 근처 편의점에 들러 우유 1개씩 마셨다. 소변이 마렵다. 시가지 밖에서는 아무데나 해결할 수 있었지마는 시내서는 그러질 못해 한참 헤매다 대문이 열린 집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나서 또 달린다. 중문단지를 끼고 몇 구비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니 눈앞에 배모양의 제주도 월드컵 경기장이 나타난다. 일부 주자들은 도로상 잘못된 표시를 보고 여기서 헤맸지만 우리는 작년에 참석한 동반자 덕에 고생 없이 길을 바로 찾아갔다. 날씨 때문인지 서귀포 주변에 산재한 각종 관광지로 찾는 차량들도 별로다. 그날 일출 관광회사 버스만 5대 지나갔다.

체크포인트가 얼마 안 남았겠지 싶어 힘을 내어 달려서 도착하니 오후 5 10분이다. 100km 13시간 10분에 달렸다. 금년 1월 부산비치 100km 12시간 48분에 달렸으니 오바페이스한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구간 7시간 2 / 합계 13시간 10)

 

100km-150km

(서귀포-신예리-남원-하천리-신당리-성산)

땀으로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신발과 양말도 갈아 신고 발가락과 발바닥에 바세린을 듬뿍 발랐다. 다행히 물집은 잡히지 않았으나 동반자는 물집이 잡혀 바로 비상조치를 한다.

민화식님 사모님이 준비한 전복죽 2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아스피린 1알 먹고 보관한 비상식량을 배낭에 옮겨 담으니 출발시보다 무게가 500g 정도 늘었다. 도착 후 1시간 만에 다시 출발한다. 이제 반타작만 하면 된다 하고 자기체면도 걸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경지로서 스피드를 km 9-10분에 맞추고 달리자고 동반자에게 제안한다. 오르막은 걷고 다시 내리막은 9분 페이스로 달리다 보니 어느덧 110km 급수대인 신예리에 도착한다. 주변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영양갱 반쪽 바나나 반쪽 오렌지주스로 배를 채우고 각자 깜박등과 렌턴을 켜고 출발한다. 이상섭님, 민화식님, 나 이렇게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달리고 있는데 100km 지점 출발시 함께한 대구의 유수상씨가 따라붙고, 오르막에 쳐지고 내리막은 따라 붙는다. 저만치 앞선 지점에 주자로 보이는 깜박등이 보인다. 많이 힘들어 보이지만 근 2km로나 더 달려 추월해놓고보니 포항에서 온 김시열님이다. 한반도 횡단까지 완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이제 바람이 잠잠해지는지 동반자가 더워서 옷을 벗겠다면서 가라고 한다.

민화식님이랑 둘이서 어느 정도 달리니 갑자기 어지럽고 허기가 밀려온다. 저 앞에 보니 오감 숯불갈비 간판이 보이길래 여기서 밥을 먹고 가자고 내가 우겨서 조금 뒤에 따라온 이상섭님과 식당으로 들어간다. 날씨가 궂어 손님도 없이 조용히 있던 아주머니는 깜짝 놀란 얼굴이다.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잠시 쉬겠다며 너도나도 잠시 방바닥에 누워 눈을 붙여본다. 주인아주머니의 찌개 다 되었다는 소리에 일어나 없는 입맛이지만 그런대로 단 것만 먹다가 김치찌개에 계란찜에 시금치 나물 등 소금에 절인 반찬을 먹으니 다시 기운이 솟는 것 같다. 각자 따끈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하니 금방 120km 급수대 도착한다. 조금 전 식사로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만일을 대비해 밀감 1개씩 먹고 또 출발한다. 식당에서 1시간 허비한 시간을 만회하려고 큰 오르막이 아니면 대부분 뛰자고 동반자를 설득한다. 사실 걷고 싶지만 도로공사로 노면이 없어 차도로 달려야 하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어서 가급적 빨리 통과하고 싶었다. 다시 날씨가 악화된다. 직선길 큰 도로로 접어들었지만 밤이 깊어 그런지 차도 구경하기 힘들다. 지루한 길을 달려 130km 급수대에 도착하니 아주머니 자원봉사자 한 분이 자동차로 바람을 막고 애처롭게 앉아있다가 우리를 반겨 맞아주신다. 따신물과 커피, 밀감, 영양갱으로 요기하고 아주머니께 앞선 주자 인원수를 물어보니 한 30명 정도 지나갔다고 한다. 100명 지나간 것으로 생각했으나 많은 인원은 아니다. 아주머니의 순수한 자봉 정신이 너무 고맙다. 저런 상황에서 나도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괜히 얼굴이 뜨겁다.

이놈의 날씨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얼마간 달리다, 이상섭님이 갑자기 앞서 달린다. 뒤가 급해 그런가 보다 하고 천천히 달리니 갑자기 앞 주자가 보이질 않아 뒷간에 갔겠거니 하고 10분 기다린다. 주변은 칠흙같이 어둡고 아무도 없고 혼자 있으려니 140km 급수대서 만나면 되겠지 하고 속도를 내어 도착하니 이미 먼저 와 있다. 140km 급수대 봉사자의 자비로 마련된 된장국과 오뎅으로 속을 채우니 어느 정도 컨디션이 회복된다. 이제 10km가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제주도 수호신은 우리에게 호락호락하게 달리게 놔두질 않고 눈보라는 거세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보이다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기를 반복한다.

힘들게 150km 체크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 24분이다. 근처 한성식당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주자 10여명이 전복죽을 먹은 뒤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 일행 3명도 전복죽을 주문하고 염치없지만 의자보다 뜨끈뜨끈한 방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근데 이 오밤중에 음식을 챙겨주는 것은 고맙지만 1그릇에 1만원은 솔직하게 비싸다는 느낌이다. 죽은 비우자마자 민화식님, 이상섭님은 그대로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출발하고 싶지만 나도 잠시 누워 눈을 감아 남은 50km 달릴 계획을 짜본다.

(구간소요 9시간 14 / 합계 22시간 24)

 

150km- 200km

(골인) 성산-종달리-평대리-김녕-초천-제주시

식사시간 포함 1시간 10분을 휴식하고 밖의 날씨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따라 다시 비닐로 상반신을 가린다. 밖을 나서니 과연 대단하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맞은 비바람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세고 눈도 조금씩 도로에 쌓인다. 성산일출봉의 위용이 보였다 말았다 하며 바람에 모래도 실려 눈을 뜨기가 어렵다. 이런 구간을 가급적 빨리 통과하는 게 상수다. 체크포인트를 나서자 우리 일행은 6명이 되었다. 김시열, 김병천, 김일수, 민화식, 이상섭, . 이런 악조건 하에서는 적은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하는 게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종달리 160km 급수대를 서둘러 통과하고 얼마 못 가 자칭 의사라고 소개하는 부산 마라톤 회원 김병천님이 이 상태로 계속 진행하다가는 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그만 포기하자고 제안하며, 대회 본부측에 차량지원 요청한다. 얼마나 별러 이 대회에 참가했으며, 중도 포기하고 또다시 이곳을 오기에는 너무나 큰 희생이 따를 것 같아 이상섭님께 물어보니 계속 달리자고 한다. 본부 차량지원이 없어 콜택시를 2대로 불렀지만 김병천, 김일수. 민화식 세 분은 택시로 제주시로 가고 남은 세 사람은 그냥 계속 달리기로 하였으나, 막상 맞바람에 땀이 나도록 달린다. 매우 험한 날씨지만 그런대로 달릴만하다. 너무 맞바람이 심해 그냥 앞만 보고 달리다가 보니 이상섭님이 힘이 드는지 조금 처진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목표한 32시간 안에는 도저히 못 갈 것 같고 울산행 비행기가 오후 415분 이라 최소한 낮12시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아 이상섭님께 양해 좀 구하니 김시열님이 이상섭과 같이 등반하겠다고 하길래 먼저 가겠다는 말을 하고 혼자 치고 나간다.(165km지점을 통과하니 날이 다시 밝아 온다. 랜턴을 끄고 배낭에 집어 넣고 시간을 보니 별로 여유가 없다) 이제 풀코스 한번 뛰는 거리보다 짧다. 그냥 쉬지 않고 천천히 달리자고 자위하면서 홀로 달리니 1km 전방에 세 사람이 뒤다 걷다 하고 가고 있어 따라 붙으니 대구달림이의 대부 향기 이태재님. 서온균님 외 1인이다. 170km 급수대에 도착하여 식당을 찾으니 180km지점에 있다고 한다.주변에 바람 막을 장벽도 없어 봉사요원 차량을 바람막이로 하여 배낭에서 간식을 꺼내먹는다. 넷이서 뛰다 걷다 하며 같이 가지만 자꾸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아 175km지점에서 향기님이 주신 카보샷을 먹고 나 혼자 앞서간다. 서서히 배가 고파 오지만180KM 급수대에 식당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맛있는 된장찌개를 먹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배가 더 고프다.급히 소시지 하나 먹고 또다시 달려간다. 저만치 180km 급수대 자원봉사요원이 나를 발견하고 손짓을 한다. 식당 옆에 차가 있어 식당으로 바로 갈려니 장사를 안 한단다. 배가 고프다고 하니 급히 어디론가 가더니 롤케잌 한 조각을 가져오신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물과 함께 먹고는 양이 차질 않아, 억지로 영양갱1개를 먹어둔다. 다리 근육도 괜찮고, 물집도 잡히지 않았다. 배고픈 것만 잘 참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향기님일행이 도착하기 전 또다시 홀로 나선다. 이제는 헷갈릴 길도 없다는 진행요원의 말을 믿고 걷지 않고 뛰자고 마음먹고 오르막도 걷지 않고 뛰어 오른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에서 파이팅하고 외쳐 주면서 지나간다. 비록 혼자 달리지만 밤이 아니라 낮에 주변 사물경치를 구경하면서 달리니 별로 외롭지 않다. 이제 제주시내 초입에 들어섰다. 조그만 고개를 몇 개 넘으니, 함덕 해수욕장을 지나 180km지점에 왠 아주머니 한 분이 커피와 인삼 꿀차를 주신다. 자기 남편도 뛰고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고 격려를 해주신다. 이제 거리상으로도 190km 급수대를 얼마 남기지 않다. 조천읍을 통과하는데 주로 몇 번 만난 대구 유수상님과 훨씬 앞서간 박복진님이 걸어가고 있다. 힘을 외쳐주고 추월해서 달리니 진행요원 차량이 마주오며 격려한다. 급수대가 얼마 남았냐고 물으니 300m 란다. 우리가 산에서 내려갈 때 올라오는 사람들 보고 다 왔다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진행요원이라 액면 그대로 믿었건만 거기서 2km를 달려서 급수대를 만난다. 학생인 듯 한 두 분이 반갑게 맞으며 마지막 남은 10km 꼭 완주하라고 힘을 준다. 주변에 식당, 상가 등이 있는 곳이지만 배낭 속에 있는 빵과 급대에 비치된 방울 토마토로 배를 채우고 출발한다. 이제 제주시내 넓은 외곽도로를 쭉 따라 달린다.

지도상 마지막 오르막이 3km 정도 있는 것으로 나와있어 힘을 아끼며 달린다. 190km 급수대 도착시간이 10 24분 시간상으로도 12시 전에는 도착 가능하여 여유가 생긴다. 저 앞에 비닐로 중무장한 주자가 걷고 있어 다가가보니 울산 해양마라톤클럽의 황토 김두복님이다. 천천히 오라고 힘을 외쳐주고 간다. 마지막 오르막은 걷다 뛰다 오르니 저 멀리 탑동공원의 안내 도로 표시판이 보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난다. 내리막이라 신나게 달리니 골인지점 2km전방 울산에서 온 이만식님이 다리 부상인지 절면서 걸어가고 있다. 마지막 힘을 내어 멋진 폼을 잡으며 골인지점 테이프를 끊으니 11:32분이다. 

(구간 9시간 8 / 31시간 32)

 

골인 후 휴대폰 전원을 켜고 제일 먼저 아내에게 무사완주를 보고하는데 저절로 음성이 울먹여진다. 호텔로비에서 맡긴 집을 찾은 후 완주 후의 생체리듬 변화체크를 위한 체혈에 임하고 바로 샤워장에 가니 먼저 골인한 주자들과 포기한 주자로 가득하다. 냉탕 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나니 느릅나라 김현수님과 금번대회 2위로 골인한(2253) 김수열님이 나온다. 같이 근처식당에서 다시 김치찌개로 소주 1병을 마시니 잠이 쏟아진다. 다행히 비행기 시간을 김수열님이 19:45 비행기로 늦춰놓아 수면실에서 푹 자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호텔 뷔페에서 저녁 먹고 부산 경유 일요일 10시경 귀울했다. 아마도 제주도 200km 대회 역사상 이러한 악천 후 속에서의 대회는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되며, 달리는 주자를 위해 눈보라와 모래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봉 해주신 봉사자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비행기 시간이 늦춰 진 것도 모르고 나 혼자만 먼저 달려 고통이 더했을 이상섭님께도 미안한 생각이 들고 중간중간 힘들게 달리는 주자들을 보란 듯이 추월한 것이 못내 아쉽고 부끄럽다. 160명 신청 155명 참가 100명이 완주한 이번 생존 게임에서 22번째로 완주했고 200km 울트라 첫 경험을 장식했으며, 이 경험이 앞으로 나에게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헤쳐나갈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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