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봄

언제:2011년 3월 13일
어디를:진도 동석산
누구와:일월 산행 이사님 외 34명
산행 일자에 맞춰 봄을 재촉하는 비 소식에 신경이 쓰였다.
차가운 봄비를 맞으며 산행에 나설 대원 구성도 여의치 않을 것 같고
곳곳이 릿지 구간이라는데 물먹은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하는 안전과 관련된 부분도...
일 전, 일본 동북부 지역의 충격적인 지진과 해일 소식은
굳이 자연이 인간에 대한 경고라고 대입 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경외감에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습관처럼 산에 들면서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계획된 일정을 번복하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에 대한 준비 자세는 행여 빈틈이 없었는지?

~천종사 방향으로 진행하는 대원들...~

~종성교회로 오르는 루트~
진도 대교를 건널 때만 해도 치적이던 비님은 들머리에 도착하니 다행히 멈추어 주었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암봉은 신령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했고
산길 접어든지 10분여 만에 첫 번째 로프구간이 대원들을 테스트 하는 듯 보였다.
로프는 물을 머금어선지 체중을 싣자 스판처럼 늘어났으며 군데군데 낡아 있어서
리딩 하는 대장님들을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들머리에서 전원 종성교회 쪽으로 진입을 하지 않고 천종사 절 뒤,
계단으로 오르는 대원으로 구분을 해서 그나마 조금 수월하게 초반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첫번째 로프 구간~

~안개속에 웅장한 동석산~

~내림길도 급하고...~
짙은 운무, 휘몰아치는 바람과 칼등 바위는 대원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고
오르고 내림이 급한 직 벽 구간에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전 산행이 되도록 협조를 해 주었다.
울산에서 다섯 시간여를 빗속을 뚫고 달려와 동석산에 들었는데
그 먼 길 달려온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찔한 암릉 구간을 걸으면서도
야~! 하는 대원들의 감탄사는 계속 되었다.

~희재 이등병 구하기~

~산길 병장 구하기~
곳곳에 도사린 슬랩 구간,
희재 이등병과 산길 병장 구하기는 계속 되고
질주 본능 여의주님은 아니 가신다 하면서도 거칠 것 없이 잘도 가신다.

~드디어 시야가 트이고~

~무시무시한 암봉을 우회하는 대원들~

~지나온 길 돌아도 보고~

~암봉길 열어가는 구공탄 대장~

~암봉 길과 우회 길이 만나는 지점~

~지나온 길...~
그리고는 하늘이 열렸다.
산이 보이고 남도의 들녘이 보이고
점점이 섬을 띠워놓은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60mm, 70mm의 비가 내리고
새벽에 접한 일기 예보에는 천둥 번개까지 우리를 마중할 것이라 했는데...

~청 매 화~

~필 듯 머문 진달래~

~춘 란~

~산 자 고~

~현 호 색~

~제 비 꽃~

~물방울 머금은 노루귀~

~동 백~
그리고는 봄이다.
촉촉한 봄비에 다소곳한 꽃잎,
광야와 같이 허허롭던 가슴에는 한 송이 청매화,
연분홍 고운 꿈으로 지새운 가슴에는 한 송이 진달래,
세월이 무상하게 늘 덤덤했던 가슴에는 한 송이 춘란을,
맑고 봄 햇살처럼 화사한 가슴에는 한 송이 노루귀,
산자고, 현호색, 제비꽃도 황량한 가슴에 심고
그리고 또, 오는 봄을 어이하랴? 보내고 맞기를 수십번이면서도
붉은 동백까지 가슴 한켠에 꼭꼭 심어야지.
그리고는 늘 봄이라고......

~옥돌님과 자목님~

~목젓이 다 보이도록 웃으시는 행아님, 나무님, 주영님~

~첫 동행 두분~

~왕년의 개구리님!, 그저 나무님 내외분~

~연합회 서정대 회장님과 일행~
비 개인 뒤, 깨끗하게 퍼져가는 파란 하늘도 보았다.
점점이 떠 있는 섬을 돌아서 초록빛으로 돌아드는 봄 바다도 보았다.
화사한 봄빛으로 기분 좋게 웃어넘기는 님들의 환희도 보았다.
천리 먼 길 진도,
아찔한 동석의 암봉들과 여리게 돋아나는 애기 봄꽃,
깊은 그리움으로 떠 있는 작은 섬들과 초록의 바다,
가슴 가득 봄을 안는 고운님들의 웃음과 함께
정녕 아름다운 봄 마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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