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영주를 지날 무렵, 소백준령 연봉들이 바람꽃을 피우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아침 햇살에 하얗게 부서지는 11월의 바람꽃 정취가
산으로 가는 길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고 ‘남은 가을 한 자락이라도 잡아 보려나?’
하고 나섰던 마음에서 ‘이젠 기다림의 겨울을 이렇게 맞이해야하나 보다.’로 바꾸었다.
감악산 가는 길에 알싸하고 짱짱한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언제:2011년 11월 20일
어디를:제천 석기암~감악산~천삼산
누구와:산벗 고문님 외 34명




산색은 잿빛이 되었고 청청한 하늘 멀리 막힘없는 시선이다.
동행하던 어느 대원께서 이곳 기온이 영하4도라고 알려주는데 코끝으로 전해오는
체감 온도가 제법 맵다. 전날 내렸던 비로 젖었던 등로는 땅이 솟으면서 꽁꽁 얼어있고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도 인고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들머리는 제천 봉양에서 신림방향으로 가다가 피재로 접근하려 했었는데
일명 용두대로로 되어있는 넓은 길과 주변 택지조성으로 길을 놓치고
의림지 뒤, 용두산 앞으로 해서 용두산 삼림욕장 끝나는 지점 우측 간이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정차를 하고 산악자전거 길이 나 있는 계곡 좌측 능선을 잡고 산행은 시작되었다.
경방기간이라 피재에서 출입 통제를 한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전날 비가 내렸기에 단속을 한다면 사정을 해 보고서 여의치 않으면 백리 루트를 만들려던 생각이었는데
의림지 방향으로 차가 선회를 했으니 별다른 시시비비 없이 산행이 진행 되었다.




나목 사이로 보이는 너무도 말간 하늘과 바스락 바스락 밟히는 낙옆,
쌀쌀한 기온과는 상관도 없이 산이 주는 감흥을 즐기는 대원들,
그 모습들이 말간 하늘보다 더 맑고 곱다.
10시 조금 넘어 시작된 산행은 11시 10분경, 석기암봉 아래 안부에 이르고⋯





11시 35분경, 감악산을 2km정도 남긴 지점 헬기장에서
따뜻하게 내리는 햇살을 받으며 중식 시간을 가졌다.
역시 오늘도 대원들의 다양한 메뉴에 놀라고⋯
식사 후 약간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렸지만 모두들 동절기 산행 준비를 해온 터라
날씨는 별 문제다 되지 못했다.





고운님들이 웃는다.
대한백리 감악산 산행 대원들이 웃는다.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산그리메가 좋아서,
함께 거친 산길 나선 사람들이 좋아서 님들은 시름을 놓는다.
감악산에 다가갈수록 산세는 골산의 형태를 갖추고 대원들을 맞는다.
감악산에 오르기 전, 전망대 데크에서 님들은 한바탕 웃음보를 터트린다.





‘山情無限’
그래. 산정무한이다.
감악산 정상에서의 눈 둘 곳 없이 열리는 조망과 정취는 정말로 한이 없다.
저 위 그림에 혼자서 귀밑까지 미소를 여는 대원과
안정적인 자세로 로프구간을 내려오는 대원,
푸른 하늘 소나무 한그루 옆에 두고서 대자연에 몰입해 있는 저 대원을 보라.
그리운 사람을 새삼 그리워 할 만큼 온 우주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13시 35분, 아쉬움을 뒤로하고 감악산을 떠나 천삼산으로 향했다.





14시 30분경, 천삼산에 도착을 해서 후미를 기다리며 길게 드리운 햇살을 쬔다.
이젠 정오 무렵이어도 길게 꼬리를 끄는 햇살,
남회귀선을 향해 떠난 햇살도 곱다.
연신 웃음과 넘치는 만담 분위기의 고운님들에 취했던지
선덕동 이정표에 혹해서 잠시 길을 놓쳐 백련사 앞 능선에 진입을 했다가 천삼산으로 회기
둥실둥실한 봉우리 3개가 있는 선덕사 방향으로 방위를 잡고 목표로 한 길을 이었다.
여차하면 백련사로 탈출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아름다운 산길 놓치려 하지 않고⋯





저기는 소백, 저기는 금수산이고 저 멀리에 월악영봉,
뒤로 저기는 남대봉에서 치악 능선이고 치악재 좌로 보이는 저산은
지난 8월에 대원들 더위 먹게 만들었던 백운⋯
그렇게 산들을 조망하며 상봉, 중봉, 하봉을 거쳐 시루봉을 앞둔 안부에서
좌측, 벌목을 하기위해 내어놓은 임도를 따라 목표지점, 선덕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들머리 길도 ‘세월유감’이었던 것처럼 날머리 역시 ‘세월유감’
지도상에 표기 되었던 선덕사는 간곳이 없고 성원사라는 사찰 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하루, 맑은 햇살과 발밑에서 느껴지던 세월,
일망무제로 펼쳐지던 마루금과 고운님들의 환히로 기억될 감악산 여정은
17시경, 전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면서 끝을 맺었다.
무탈하게 산행에 협조해 주신 대원님들께 면을 빌어 감사를 드리고
언제나 산행에 나선 전 대원들을 가슴에 품고 산행을 이끌어 주신
꽃지, 우당 두 분 대장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6년 총무 직에 처음 안내 마이크를 잡은 주영 총무팀장님과 영양떡 나눠주신 산미소 총무님
여러 환경이 허락 되시어 다시금 대한백리라면 “무조건 무조건”이신 산벗 고문님께도
대원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